장애인단체의 손톱 밑에 가시를 박자는 심산인가. 세종시의 장애인단체 보조금 지원 방침은 참 엉뚱하다. 입이 벌어질 만큼 어처구니없기까지 하다. 장애인단체 활동 지원을 위해 손톱 밑 가시를 뽑기는커녕 되레 심어보자는 것인지 의심이 들 지경이다.

세종시가 지난 해 10월 마련한 장애인단체(법인) 운영비 지원 기준 내용은 말 그대로 장애인단체 지원 가이드라인이다. 시가 제시한 내용을 보면 지역 장애인 단체 활동 수요 증가 및 단체 운영 필요 경비 지원 요구의 지속적 증가 상황에서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가 장애인단체 운영 지원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응당 해야 할 일이다.

문제는 운영비 지원 조건이다. 시가 지난 해 시의회의 요구에 따라 마련한 운영비 지원 가이드라인 일부 내용을 보면 황당하다.

가이드라인 네 가지 내용은 ▲세종시에 소재지를 등록한 장애인 단체 ▲세종시에서 2년 이상 단체의 목적사업을 수행한 단체 ▲회원이 50명 이상인 단체 ▲장애인단체연합회 가입 단체 등이다.

이중 ‘세종시에서 2년 이상 단체의 목적사업을 수행한 단체’ 기준은 2년 기간이 지나치다는 지적 속에서도 단체의 사업수행 능력과 사업 공공성 평가 등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 세종시 입장이다.

그러나 ‘장애인단체연합회 가입 단체’ 기준은 납득할 만한 설명이 어려운 규제다. 한마디로 말하면 일종의 갑질이다.

시 관계자의 설명처럼 설령 장애인단체연합회의 요구가 있다하더라도 시 보조금 지원 심사를 위한 제도가 충분히 마련돼 있는 상황에서 해당 기준은 불필요한 진입 장벽이자 행정규제에 해당한다.

법정단체가 아닌 임의단체인 장애인단체연합회 가입 여부가 세종시 보조금 지원 기준이 된다는 것은 장애인단체연합회 입장에서는 큰 지위이자 권한이기도 하다. 권한은 자칫 잘못하면 남용되기 십상이다. 시 보조금을 위해서라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장애인단체연합회에 가입하는 단체도 생겨날 수 있는 일이다. 가입단체들의 경우 연합회 탈퇴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도 불필요한 규제란 비판을 받을만하다.

장애인단체연합회에 가입하지 않으면 시 보조금을 받을 길이 막히는 상황에서 신규단체와 기존단체들의 줄서기도 우려된다. 세종시에는 장애인단체연합회에 가입돼 있지 않은 신규단체가 1곳 있으며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곳도 3~4곳에 이른다.

해당 규제는 장애인단체연합회 가입, 탈퇴와 관련한 민간의 자율권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특정단체에 특전을 베푸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에 충분하다는 점에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