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충재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사진 맨 오른쪽)이 9일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찍은 사진. 사진 맨 왼쪽은 김중로 바른미래당 소속 국회의원(세종시당위원장)

이충재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이 바른미래당 후보로 세종시장 선거에 출마하려던 계획을 돌연 포기하고 잠적한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이 전 청장이 공당의 광역자치단체장 출마를 앞두고 명확한 입장 표명조차 없이 잠적한 것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청장은 세종시와 정당 정치를 희화화하고 정치 불신을 키운 장본인으로 진상 규명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여론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선거사무소 임차 준비, 선거 캠프 구성, 출마 기자회견 준비 등을 급박하게 진행한 직후 불출마 의사를 전화를 통해서 바른미래당 세종시당 당직자들과 측근인사에게만 알리고 행방을 감춘 이 전 청장의 잠적 당일 행적은 의문점 투성이다.

본지가 단독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그의 당일 행적은 대략 이렇게 나타난다.

이 전 청장은 11일 저녁 7시쯤 세종시 도담동 자택에서 모처로 부터 급한 전화를 받은 직후 측근인사에게 통화로 불출마 의사를 짧게 전달하고 잠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청장은 이날 세종시장 선거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오전부터 측근, 지인, 언론사 고위 관계자 등을 차례로 만나 선거사무실 임차, 캠프 인적 구성 준비 작업 등을 서둘렀으며 오후 5시 쯤 나성동 바른미래당 세종시당에 들러 선거 실무 등에 대해 당 관계자들과 협의했다는 것이다.

이후 오후 6시를 넘긴 시각 바른미래당 세종시당 당사를 나온 이 전 청장은 측근인사의 승용차를 타고 자택에 도착했으며, 곧이어 저녁 7시쯤 측근인사와 휴대전화 통화하는 과정에서 다른 휴대전화로 알려지지 않은 모처와 통화한 직후 바른미래당 세종시당 당직자들에게 급하게 불출마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출마포기 외압 의혹의 핵심은 잠적 직전 모처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 실제 사실인지 여부다.

그 것이 사실이라면 이번 사안은 정치적 외압에 의한 출마포기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대단히 엄중한 문제이며 반드시 진상이 밝혀져야 할 일이다.

이 전 청장은 12일 본지 보도 후 뒤늦게 일부 언론을 통해 모처로부터 전화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고 한다.

언론이 소설을 쓰고 있다는 표현까지 썼다는 것이다.

본보가 이 전 청장이 모처로 부터 통화 후 급히 출마 포기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한 것은 그로부터 출마포기 의사를 전달받은 당사자들 취재에 근거한 내용이다.

본보 취재에 의하면 그는 한 측근 인사와의 휴대전화 통화 과정에서 다른 휴대전화로 걸려온 전화를 3~4분 가량 받은 직후 황급히 출마포기한다고 전했다고 한다.

여기서 핵심 사안은 당시 그가 측근인사와 통화한 휴대전화 이외에 모처와의 통화에 쓰인 것으로 알려진 다른 휴대전화를 1대 더 갖고 있었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이다.

이 전 청장이 출마포기 입장을 밝히기 직전 모처로부터 전화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당일, 출마포기 직전 측근인사와 통화한 사실 자체가 없으며 ▲휴대전화를 2대 쓰고 있지도 않다는 것을 명확히 증명해야 한다.

만약 그가 당시 측근인사와의 통화에 쓰인 휴대전화 이외 다른 휴대전화를 갖고 있었는지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 출마포기를 둘러싼 정치적 외압 의혹은 일파만파 커져갈 것으로 예견된다.

그는 당시 모처와의 통화 직전 가진 측근인사와의 통화를 통해 선거사무소 임차 일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까지 챙겼을 만큼 출마 의지를 강하게 보여줬다고 한다.

바른미래당 세종시당은 이 전 청장과 협의를 통해 12일 국회에서 예정된 출마 기자회견 참석을 위해 이 전 청장의 KTX열차표까지 예매했던 상황이다.

이 전 청장은 언론 보도를 통해 불출마 표명 후 돌연 잠적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뒤늦게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가 밝힌 불출마 배경은 ▲가정문제 ▲정치적 역량 부족 ▲출마 공식화에 대한 바른미래당과의 입장 차이 등이다.

설사 그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그의 출마준비 과정과 출마포기 당일 행적을 들여다보면 납득하기 어렵다.

그는 9일 안철수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세종시 행정수도 헌법 명문화를 요구했으며 안 위원장도 고심 끝에 수용했다고 한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들은, 잠적 당일에도 이 전 청장의 의견을 수용해 12일 출마 기자회견 발표 내용까지 조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가족들의 출마 반대 문제도 이미 해소된 상황이었으며 출마 기자회견 일정은 이 전 청장 부인의 의견이 반영돼 결정됐을 정도다.

이 전 청장이 공당의 지방선거 전략에 막대한 차질을 초래하고 세종시민들의 정치 불신을 심화시킨 점에 대해 명확하게 해명하기 위해서는 개별 언론 접촉에서 벗어나 빠른 시일 내에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에 대한 공식적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