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희 세종시장이 8일 세종시청 브리핑실에서 언론브리핑을 갖고 있는 모습. 이 시장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성희롱 발언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이춘희 세종시장이 종촌종합복지센터 센터장을 성희롱하고 종교인들을 모욕(본지 3월 8일자 보도)한 사건을 두고 지역 안팎의 반향이 뜨겁다.

이번 사건은 성희롱을 넘어서서 세종시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는 채용비리, 공무원갑질 등 적폐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문제여서 파문 확산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종촌종합복지센터를 둘러싸고 있는 문제들을 파헤쳐 보면 마치 세종시 내부에 ‘적폐 종합 백화점’이 들어 앉아 있는 모습이다.

성희롱으로 불거진 이번 사건은 이 시장 취임 이후 그와 측근 인사들에 의해 저질러진 각종 적폐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이 시장은 언론브리핑 등을 통해 진실을 왜곡하고 엉터리 해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에 대해 사과하는 것에서부터 이번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성희롱을 둘러싼 진실
이춘희 세종시장이 2015년 7월 초 종촌종합복지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 발언은 여성 센터장 A씨에 대한 성희롱 사건이 명백하다.

이 시장이 당시 주재한 간담회 참석자들은 시 소관 부서 국장, 과장, 계장, 종촌종합복지센터 운영지원사찰 주지와 후원사찰 주지, 센터 채용 직원 10여명 등 30명 내외이다.

이 시장의 센터장에 대한 성희롱 발언 내용은 “얼굴은 예쁜데 언제까지 스님들 도포자락 뒤에 숨어 손잡고 다닐 것이냐”로 요약된다.

이 시장은 센터장에 대한 성희롱 발언 후 곧바로 참석 스님을 바라보며 “(센터 운영) 섭정하지 말라”고 말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증언이다.

센터장 A씨는 이 시장 발언에 대해 심한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꼈으며 동석했던 직원들 얼굴을 바라보기 민망한 지경이었다“고 말한다.

A씨는 본지 취재가 시작된 2015년 말 이후 일관되게, 이 시장이 간담회 당일 자신에게 성희롱 발언했고 그로 인해 수치심을 느꼈다고 말해 온 것이 사실이다.

A씨는, 지난 해 8월 이 시장 성희롱 여부를 확인하려는 일부 언론사 기자들에게 종촌종합복지센터 재수탁 심사 악영향을 우려해 “이 시장 발언 내용은 사실이나 수치심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실제와 다르게 말한 점도 인정한다.

A씨가 이처럼 말한 때는, 위탁기관인 시에 의한 종촌종합복지센터 재수탁 심사를 앞두고 있었던 시점이다.

본지 취재 결과 당시 간담회 자리에 참석했던 스님들과 센터 직원들 중 다수는 이 시장이 문제의 발언을 한 것이 사실이라고 증언한다.

이 시장이 ‘예쁜 얼굴’ ‘도포자락, 섭정’등의 표현을 써 가면서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끼게 했다고 밝히고 있는 당사자들은 당시 발언이 명백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채용비리를 둘러싼 진실
종촌종합복지센터는 한마디로 말하면 세종시 관계자들이 관여한 공공기관 채용비리의 원조격에 해당한다.

이번 사안은, 이 시장이 정의롭고 정의의 편에 서 있다면 사법기관에 수사의뢰해야 할 일이다.

본지 취재 결과 세종시 관계자들이 관여해 종촌종합복지센터에 채용된 사람들은 적지 않은 인원이다.

관계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세종시 소관 부서 공무원들은 다수의 특정인 채용을 집요하게 압박했다는 것이다.

종촌종합복지센터 측이 세종시 관계자들의 인사청탁 압력을 거부하게 되면 시의 비협조로 개관업무가 상당기간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을 정도였다는 증언도 나온다.

세종시 관계자들에 의한 인사청탁 압력은 ‘특정분야, 특정대학 출신자를 뽑아야 한다’는 식으로  심각하게 이뤄지기도 했다고 한다.

시 소관부서 공무원들은 센터측이 인사청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센터장이 정무적 판단을 하지 못한다’고 개관 이전부터 심하게 압박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시 소관부서 간부 공무원은, 특정인 채용 인사청탁 압력을 거절하자 개관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센터측에 센터장 교체를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시는 2015년 종촌종합복지센터 개관 이전 몇 차례로 나눠 진행된 직원 채용 면접 심사 때 마다 소관 부서 간부 공무원을 참여시켰던 것으로도 드러나 다양한 형태로 민간수탁기관 인사에 개입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이 종촌종합복지센터 간담회를 개최해 여성 센터장 성희롱과 스님 모욕 발언한 2015년 7월은 시 간부 공무원들을 통한 직원 채용 인사청탁 압력을 센터측이 거부한 시점과 맞물린다.

당시 간담회가 순수하게 개관 관련 업무를 점검하고 정상적 개관 추진을 당부하는 자리였다면 이 시장이 굳이 센터장에게 수치심을 느끼게 하고 스님들에게 모욕감을 주는 언사를 했는지 의문시된다.

▲공무원 갑질의 진실
종촌종합복지센터는 개관 이전부터 지속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세종시 소관부서 간부 공무원들의 갑질에 시달렸던 것이 사실이다.

언어폭력에 가까운 사례도 비일비재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정무적 판단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개관조차 하지 않은 수탁기관의 센터장 교체를 요구한 것이 대표적 갑질 중 하나에 속한다.

2015년 7월 이 시장이 참석한 간담회 자리에서는 시 간부 공무원이, 스님의 출가 전 이름인 속명 ○○○씨로 참석 스님을 소개토록 말했던 것으로 알려져 공무원 갑질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에 이르렀는지 잘 보여준다.

이 시장이 세종시불교사암연합회 회장 이·취임식 및 종촌종합복지센터 시민 봉사대 발대식 개최 문제와 관련해 2015년 8월말 종촌종합복지센터장을 시장실로 불러 부당하게 질책한 부분도 갑질 문제와 맞물려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 시장은 당시 종촌종합복지센터장을 시장실로 불러 20분 가량 앉지 않은 채로 세워놓고 세종시불교사암연합회 회장 이·취임식 및 종촌종합복지센터 시민 봉사대 발대식을 종교 행사 및 행위로 규정하고 취소를 종용했다고 한다.

이 시장은, 행사 취소 요구를 전해들은 스님들이 강력 반발하자 담당자들의 잘못된 보고 등으로 인해 행사에 대해 오해가 있었다며 세종시불교사암연합회 회장 등 스님들에게 사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