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세종호수공원 일대에서 열린 낙화 행사 모습.

요즘 세종시 불교 지도자들 심기가 영 불편하다. 지역 불교계와 오랜 악연을 이어온 이춘희 시장과 한 달 여 전 가진 간담회 내용이 왜곡돼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간담회 직후부터 사실과 다르게 나돌기 시작한 소문은 최근 더욱 무성해지고 후유증도 그만큼 커지는 분위기다.

이 시장과 세종시불교사암연합회 소속 스님들 간 간담회가 이뤄진 것은 10월 16일이다. 간담회는 세종시의 거듭되는 불교계 무시와 홀대를 항의하기 위해 스님들이 요청해 이뤄진 자리였다고 한다.

이날 간담회는 세종시불교사암연합회가 세종시에 전달한 항의서 내용을 놓고 팽팽한 긴장감속에 진행됐다는 것이 참석했던 불교 전문지 기자들의 전언이다.

간담회 참석자는 이 시장, 시장 비서실장, 담당 국장, 과장, 계장 등 시 공무원 5명, 세종시불교사암연합회 회장 환성스님(영평사 주지)을 비롯한 스님 17명, 불교전문지 기자 2명 등 20여명에 이른다.

세종시불교사암연합회가 항의서를 통해 제기한 것은 ▲2012년 이후 매년 시 예산 지원해 왔던 세종시불교사암연합회 주최 산사음악회 예산 폐지 ▲지역 사찰을 통해 전승돼 온 낙화(落火) 시 무형문화재 지정 행정의 불공정성 문제 등이다.

산사음악회의 경우 올해 6회째를 맞은 행사로 시가 지난 해 까지 지원했던 보조금 3000만원을 올해 세종시불교사암연합회 통보조차 않고 폐지 , 불교계 무시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세종시의 낙화(落火) 문화재 지정 행정도 지역 불교계를 무시하고 전통 문화를 경시하는 편파 행정이라는 것이 불교계의 인식이다.

시는 지난 해 시무형문화재 지정 신청한 부강면 등곡리 낙화에 대해서는 고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 등 문제점을 확인하고서도 내년 예산 3000만원을 편성해 연구용역을 추진키로 하는 등 지정 추진 의지를 드러낸 반면 불교 전승 낙화에 대해서는 부실 투성이인 시문화재위원 지정조사 의견서를 근거로 지정 부결 처리해 불공정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본지가 불교 전문지 기자를 통해 확인한 항의서에 따르면 세종시불교사암연합회는 ▲산사음악회 예산 폐지 ▲낙화(落火) 문화재 지정 불공정 행정 등에 대해 강력 항의하고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요구한데 이어 향후 비슷한 일이 재발하면 묵과하지 않고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이 시장은 항의서 내용을 보고 매우 격한 반응을 나타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참석자들에 의하면 이 시장은 항의서를 손에 들어 거칠게 흔드는 모습을 보이며 “(항의서에)  천박한 용어를 어떻게 이렇게 쓰느냐”, “막가지는 말자”, “(나를 이런 식으로) 겁박하는 것이냐”, “장담하건데 이런 수준의 행정 앞으로 10년은 계속될 것이다” “전에도 나한테 이러지 않았느냐” 등 말을 격정적으로 쏟아냈다고 한다.

이 시장의 이날 언급은 간담회 후반 10분 이상 이어졌으며 간담회 후 참석 스님들이 황당하다고 느끼고 불쾌한 감정을 보였다는 것이 참석 기자들의 전언이다.

항의서 내용을 보면 ‘산사음악회 폐지 획책’, ‘세종시의 오만무도하고 편파적인 행정’ ‘전통문화를 왜곡하고 조작하려는 악의적 범죄행위’ 등 정도가 강한 표현에 해당한다.

이 시장이 이날 항의서 전달과 관련해 지역 불교계 지도자들 면전에서 ‘천박’이란 표현을 써가면서 거칠게 반응한 것은 상당히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 시장이 “(항의서에)  천박한 용어를 어떻게 이렇게 쓰느냐”고 말한 대목은 항의서를 작성한 스님들의 의식이 천박하다고 규정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 시장과 지역 스님들 간 간담회는 왜곡된 내용의 소문이 나돌면서 불교계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그 후유증도 심각하다.

간담회 직후부터 지역 사회에서 나돌기 시작한 것은 “(간담회를 통해) 이춘희 시장에게 지역 스님들이 호되게 혼쭐났다”는 요지의 소문이다.

본지 취재 결과 이 소문은 사실과 크게 다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스님들의 항의에 이 시장이 도를 넘어 부적절하게 발언한 것으로 드러나 적지 않은 파장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불자들과 시민 사이에서 떠돌던 관련 소문을 전해들은 일부 인사들은 간담회 참석 스님들을 최근 만나 진위를 확인할 만큼 여론 반응도 상당히 민감하다.

지역 불교계 인사들은 한국불교문화체험관 건립 추진을 둘러싼 파장을 의식한 때문인지 이날 간담회 내용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