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심체요절 금속활자에 100여년 앞선 세계최고(最古)금속활자라는 주장이 2010년 제기되고 이듬해 국가지정문화재(보물) 지정 신청이 이뤄져 관심을 모았던 증도가자(證道歌字)에 대해 위작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그동안 충분히 제시돼 왔는데도 불구하고 문화재청과 경찰이 문화재 농단 의심을 받고 있는 행위에 대한 진실 규명과 법적 처리에 소극적 태도를 나타내고 있어 큰 논란이 예상된다.

더욱이 문화재청은 그동안 전문기관 조사 등을 통해 증도가자의 위작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확인하고서도 국가지정문화재(보물) 지정 재심의 절차 진행 여지를 남겨두고 있어 여러 가지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증도가자는 고려시대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라는 책을 찍는 데 사용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금속활자다.

A 씨는 2011년 10월, “다보성고미술관 소장 증도가자 101점이 그동안 연구 및 탄소연대측정 결과 1232년 이전 개성에서 주조된 고려시대 금속활자로서, 1239년 이 활자본을 목판으로 복각해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보물 제758호)를 인출했으며 주조 연대가 12~13세기로 나타났다”고 주장하며 국가지정문화재(보물) 지정 신청한 활자다.

서지학자 B 교수는 A 씨의 보물 지정 신청에 앞서, 소유주로부터 의뢰받은 연구 결과 발표를 통해 “증도가자는 목판본과의 서체비교, 활자와 인본 글자의 크기 비교, 당시 사용된 특수한 서체의 한자, 조판상의 조립을 통한 비교 등에 의해 증도가 인출에 사용된 금속활자로 검증됐다”고 밝혔으나 이후 진위논란이 계속돼 앞으로 문화재청과 경찰의 진위규명을 위한 최종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B 교수와 A 씨 주장이 사실이라면 증도가자는 1377년 간행된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보다 138년 이상 앞서 주조된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가 된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2011년 증도가자에 대한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신청 접수 이후 진위 논란이 거듭되자 2015년 문화재위원회 논의를 거쳐 그해 6월 ▲금속 ▲서체 ▲주조·조판 등 각 분야 전문가 12명으로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단을 구성해 본격 조사를 진행해 왔으나 지금까지 진품이란 입증자료를 찾지 못한 채 위작 의심 자료만 확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문화재청이 지난 해 12월 공개한 증도가자에 대한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 결과를 보면 증도가자의 위작 가능성을 입증하는 자료가 잘 드러난다.

문화재청이 지난 해 12월 공개한 자료는 국립문화재연구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분석한 결과를 비롯, 주조‧조판 실험결과, 취득경위 관계자료 등이다.

문화재청 공개 자료에 따르면 우선 증도가자 취득경위부터 의문점이 남는다.

증도가자 소유자는 보유 활자가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유출됐던 것으로, 국내 고미술품상이 매입해 국내에 들여온 이후 소장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으나 중국 단둥을 통해 유입됐다는 주장이 관계자들에 의해 제기되면서 조작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분석 결과를 보면 증도가자는 청동제품으로만 확인됐고 결정적으로 고려시대 청동유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 결과, 문제가 되고 있는 증도가자가 증도가자 복각본 서체와 유사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 위작 가능성이 높아진다.

증도가자 주조․조판 검증 결과, 분리주조가 불가능하고 조판조차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돼 고려시대 금속활자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소장자가 증도가자와 함께 취득했다고 하는 청동초두, 대야에 담겨 있던 금속활자가 모사품으로 밝혀진 점도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신청 중인 증도가자의 위작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조사자료가 되기에 충분하다.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신청돼 있는 활자(101점)와는 별개로, B 교수가 2010년 증도가자라고 주장하며 구매에 관여해 청주고인쇄박물관에 납품한 활자 7점에 대한 감정서 상 감정에 참여한 것으로 돼 있는 전문가 2명이 감정 참여 사실이 없다고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이 역시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