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가 2015년 10월 개최한 조치원청소년수련관 개관 행사 장면.

세종시가 32억 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설치한 조치원청소년수련관이 청소년 활동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개관하는 바람에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청소년활동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돼 무책임 행정 논란이 나온다.

세종시가 국·시비 32억 9100만원을 투입해 조치원읍 평리 수원지근린공원내 대지 면적 6039㎡에, 지상 3층, 전체면적 1561㎡ 규모로 설치한 조치원청소년수련관은 북카페, 요리실습실, 악기연습실, 댄스연습실, 합창연습실, 노래연습실, 전통문화실 등을 갖추고 2015년 10월 개관했으며 (사)삼동청소년회가 세종시로부터 수탁 운영 중이다.

조치원청소년수련관은 이춘희 세종시장의 공약 중 하나인 청춘조치원 프로젝트에 의해 설치된 시설이다.

16일 세종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조치원청소년수련관 시설을 이용하고 52개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원은 모두 5만여 명에 이르며, 올해는 40% 가량 늘어난 7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조치원청소년수련관은 지역 청소년 이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설립 당시 기본적인 시설 공간조차 확보하지 않아 청소년활동 시설로서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조치원청소년수련관은 청소년들의 활동이 활발한 분야 중 하나인 공연활동을 펼칠 수 있는 공연장 시설 공간을 확보하지 않고 있어 수련관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문화예술 공연과 발표를 진행할 수 없는 실정이다.

최근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당구의 경우 시설 설계시 청소년 활동 시설 이용 선호도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시설을 설치하는 바람에 별도 연습실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채 개관 후 뒤 늦게 출입 통로에 당구대를 설치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세종시가 졸속 행정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목적실(실내체육시설) 역시 청소년활동진흥법 규정상 최소 규모(150㎡)로 설치해 놓고 있어 배드민턴 프로그램을 운영할 경우 복식은 사실상 어렵고 단식만 겨우 진행이 가능하다.

요리연습실은 필수적으로 설치돼 있어야 할 급수시설조차 갖춰져 있지 않아 이용 청소년들이 연습실 밖 시설로 나가 요리 프로그램에 사용한 용기를 씻고 정리하는 등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치원청소년수련관은 청소년들의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은 곳에 설치돼 있는데다 야간에는 주변 공원 벤치 등에서 잠을 자고 생활하는 노숙인들도 많아 청소년 친화 시설로서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조치원청소년수련관을 설치했는데도 불구하고 청소년 활동 프로그램 운영에 적합한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애로를 겪고 있는 것은 설계 당시, 청소년 활동 수요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다 청소년 활동 전문가들의 의견 반영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세종시는 지난 해 하반기 한경호 행정부시장의 지시에 따라 조치원청소년수련관 운영 활성화를 위한 TF팀을 설치해 운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