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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피아노 치는 대통령과 색소폰 부는 시장길병옥 충남대학교 평화안보대학원장
길병옥 충남대학교 평화안보대학원장  |  bokkjj@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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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6.24  10: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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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병옥 충남대학교 평화안보대학원장 

세계 역사를 보면 문화예술을 사랑한 정치인들이 참으로 많다. 사실 피아노 치는 대통령으로 가장 유명한 인물은 1차 세계대전 이후 폴란드의 초대 수상이었던 이그나치 얀 파데레프스키(Ignacy Jan Paderewski, 1860-1941)이다. 그도 폴란드의 위대한 음악가 쇼팽(Frederic Chopin)과 마찬가지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었다. 

현대에 이르러 문화예술을 국민과 함께한 정치인들은 미국에 더 많이 있다. 미국의 독립선언문을 작성한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재임기간 1801-09) 대통령은 내 영혼의 가장 좋아하는 열정(favorite passion of my soul)이 바로 음악이라고 표현했고 바이올린, 클래비코드, 첼로를 연주했다.

미국 역사에서 가장 국민적 사랑을 받고 노예제를 폐지한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재임기간 1861-65) 대통령은 집무실에 있지 않을 때는 바이올린을 자주 연주했다. 세계 제1차대전 중에 음악을 통한 국민적 힐링(healing)의 필요성을 역설한 우드로 윌슨(Woodrow Wilson, 재임기간 1913-21) 대통령 또한 바이올린 연주가이었다.

트루먼(Harry S. Truman, 재임기간 1945-53) 대통령은 정치인이 되기 이전에는 콘서트 파이니스트(concert pianist)로의 인생을 꿈꾸었던 사람이었다. 또한 리차드 닉슨(Richard Nixon, 재임기간 1969-74) 대통령은 피아노, 바이올린, 색소폰, 클라리넷, 아코디언 등을 공개적인 장소에서 자주 연주하여 선거 캠페인을 하는 동안에도 활용했다.

색소폰을 가장 잘 부는 정치인은 빌 클린턴(Bill Clinton, 재임기간 1993-2001) 대통령이었다. 정계에 입문하기 이전 한때 음악인으로서의 인생을 꿈꾸기도 했던 클린턴 대통령은 최연소 아칸소주(Arkansas) 주지사(재임기간 1979-92)를 역임했다. 그 어느 누구도 작은 남부의 주지사가 대통령이 되리라는 것을 당시에는 예측하지 못하였다.

반전은 1992년 클린턴 주지사가 유명한 TV 쇼프로그램이었던 아세니오 홀 쇼(Ascenio Hall Show)에 출연하여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의 “Heartbreak Hotel”을 색소폰으로 연주한 이후부터이다. 아세니오 홀 쇼는 미국인들에게 인기가 아주 높았던 프로그램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고 당시 필자도 미국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있어서 이 프로그램을 자주 봤었다.

정치인과 문화예술의 연관성 차원에서 우리에게 더 익숙한 것은 아마도 2002년 영화로 개봉된 “피아노 치는 대통령”이지 않을까 싶다. 영화 속에서 대통령은 일상에서 노숙자 차림으로 잠행하고 지하철에 느닷없이 뛰어들어 시민들과 대화를 시도하는 등 국민과 함께하는 모습이었다. 영화 “피아노 치는 대통령”은 국민들의 소박한 희망이 무엇인지 그리고 국민과 함께 소통하고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정치적 리더십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자 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들의 절대적인 사랑과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민생을 살피고 세상에 대한 새로운 희망과 힐링(healing)을 주는 역할은 예술인이나 정치인 마찬가지라고 본다.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도 사실상 피아도 연주자이든 정치인이든 거의 차이가 없다(Either to be a piano-player or a politician, and to tell the truth, there is hardly any difference)고 지적한 바 있다.

굳이 말하자면 음악은 물론 문화예술 전체는 어려운 시기에 국민들에게 고통을 덜어주고 새로운 희망을 주는 역할을 한다. 경제력이 높은 국가일수록 문화예술의 영향력과 창조성이 뛰어난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사회 구조적 갈등과 대립 그리고 그 갈등비용으로 1년에 300조원 이상 사용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보면 문화예술계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의 적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종교갈등이나 사회적 계급투쟁이 있는 나라도 아닌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중에 갈등지수가 두 번째로 높은 나라이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선진국과 같은 문화예술적 가치를 드높이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만들어가야 한다. 특히 세종시는 국토공간의 균형발전이라는 기치 아래 실질적인 행정수도를 건설하기 위한 목표를 두고 추진해 온 것과 마찬가지로 문화예술 분야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창조도시 세종시가 세계적인 문화예술의 산실이 되길 희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다음 몇 가지 질문을 하고자 한다. 왜 우리나라의 정치 지도자는 미국의 대통령처럼 문화예술을 사랑하거나 절대적으로 지원하는 부분이 적은지 궁금하다. 같은 맥락에서 왜 우리나라에서 사건 사고가 있을 때 골프는 안되고 테니스나 등산은 가능한지 그리고 우리나라의 지자체 단체장이 악기를 다루면 문제가 되고 선진국의 지도자들은 추앙을 받는지 아이러니하다.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색소폰을 불어 국민적 인기를 얻고 세종시의 최민호 시장은 비평을 받아야 하는지 그 차이점이 궁금한 것이다. 객관적으로 비교하면 클린턴 대통령의 색소폰 부는 수준이 프로급 이상이지만 최민호 시장의 실력은 클린턴 대통령보다 훨씬 더 높다. 지금부터 32년 전인 1992년 당시 미국의 국민소득은 25,000불 정도이었고 2024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35,000불 정도 예상된다. 이제는 우리도 선진국과 같은 성숙된 시민의식을 드높이고 풍성한 문화생활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는 인식의 변화가 절대적이다. 서로 다른 가치가 공존하지만 타협하고 조정하는 시민의식을 높이고 자유 민주주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정치적 가치의 편협성과 상황에 따는 편의주의적 해석 그리고 자신들의 세력을 확대하려고 국민들을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편향된 가치의 이념화가 아닌 상생협력과 조정 그리고 타협이 필수적인 시기이다.

우리나라의 기본 교육이념은 홍익인간(弘益人間, 널리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한다)이다. 사람이 더불어 살고 상생하는 인본정치(人本政治)가 세종대왕께서 내세웠던 기본적인 가치이다. 세계적인 모델도시로서 자긍심을 드높이고 국토공간의 균형발전 그리고 진정한 행정수도를 구현하고자 하는 세종시민들의 단합된 모습을 기대한다. 문화예술 분야의 창조적 모델도시 세종시를 만드는데 시민들의 가치가 공유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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