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세종시 영평사에서 열린 낙화축제 모습

고즈넉하던 산사가 온통 불꽃 세상으로 변했다. 

백색의 순결 구절초가 만개한 산사를 찾은 사람들은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쏟아지는 불꽃을 감상하는 것만으로 천근만근 무거웠던 마음을 정화(淨化)하는 시간을 가졌다.

낙화전통문화축제추진위원회 주최로 올해로 일곱 번째 14일 저녁 세종시 장군면 영평사에서 열린 낙화전통문화축제 관람객들은 산사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낙화(落火)에 마음을 빼앗긴 듯 한 모습이었다.

이날 영평사를 찾은 사람들은 산사 경내 나무 나무마다 걸린 낙화 봉(桻) 1000다발(낙화 봉 4개가 1다발)을 타고 흩뿌리듯 쏟아지는 불꽃 사이를 걸으며 사진을 찍어 추억을 담기에 분주했다.

영평사 낙화축제는 일주문을 지나면서부터 나무에서 불꽃이 쏟아지는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14일 세종시 영평사에서 열린 낙화축제에 관람객들이 몰려 가을 밤 정취를 만끽했다

이날 관람객들 중에는 인스타그램 등에 올라온 ‘오늘 세종시를 가야 하는 이유’ 등의 글을 보고 ‘불꽃쇼’를 즐기기 위해 가족과 연인끼리 찾은 사람들이 많았다.

12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가진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세종시낙화전통문화축제 관련 글에는 몇 시간 만에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좋아요’를 남길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서울에서 연인과 낙화전통문화축제를 찾은 황 모씨(27)는 “SNS글을 통해 축제가 열린다는 것을 알고 낙화를 관람하기 위해 찾았는데 나무에서 비를 뿌리듯 불꽃이 내리는 모습이 장관이었으며 세종시의 관광 자산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며 “관람객들이 많이 온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날 낙화축제는 저녁 5시 30분부터 낙화법 불교 의식에 맞춰 낙화 점화가 이뤄지면서 시작됐는데 행사 개막 2시간을 넘긴 늦은 시각까지 관람객들이 줄을 이어 찾아들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영평사 낙화축제 관람객들 중에는 상당수가 수도권과 대전·청주·천안 등지에서 찾은 사람들이어서 세종시의 중요 관광 자원 역할을 톡톡히 해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14일 세종시 영평사에서 열린 낙화축제 행사중 스님들이 낙화법 불교 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환성 영평사 주지 스님은 이날 행사 발원문을 통해 “낙화 봉이 불 살러 질 때 내 마음의 탐욕심도 불 살러져 나눔의 덕으로 채워지게 하고 떨어지는 불꽃과 함께 내 마음에 도사리고 있는 교만, 시기, 질투, 시비, 투쟁, 거짓 등 어리석음을 불 살러 세상을 비추는 지혜로 빛나게 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오영철 일미농수산 회장(세종시체육회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낙화전통문화축제추진위원회는 2016년부터 매년 세종호수공원과 세종중앙공원, 영평사 등에서 낙화 행사를 개최, 전통문화의 전승 가치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영평사와 부강 광제사에서 전승돼 오고 있는 낙화는 전국 낙화 행사 중 유일하게, 숯과 소금 등을 사용한 제작방법이 문헌에 기록돼 전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전통문화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불교 낙화법은 재난과 재앙을 소멸시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불교의례로서, 대중문화를 기반으로 한 낙화놀이로 민간에 전승돼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