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가 뉴스세종이 보도한 ‘조치원 서북부지구 도시개발사업 특혜의혹’ 문제로 시끄럽다.

유한식 세종시장이 5일 언론의 뜨거운 취재 열기(?) 속에 유례없는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발언을 쏟아낸 것은 그 만큼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반증한다.

이번 언론보도에 대한 유 시장의 빠른 반응속도는 참으로 놀라운 것이다. 시정에 대한 알권리를 가진 주민과 언론 입장에서는 오랜 동안 참고 기다려 왔던 일이니 반길만한 태도다.

그러나 기자회견 내용을 되짚어 보면 주민들에게 내보이기 부끄러운 세종시의 맨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시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할 만큼 중대한 시정 현안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조차 부족해 기초적 수준의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서를 미리 준비해 거듭해서 읽어 내려가는 모습을 대하면서는 안쓰럽게 느껴졌을 정도다.

유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서북부지구 도시개발사업 특혜의혹을 제기하는 언론보도에 대해 스스로 모순을 드러내거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답변을 이어가 특혜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유 시장이 긴급 기자회견 형식의 초강수를 꺼내들고 얻고자 한 것은 의혹에 대한 해소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유 시장이, 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세종시당 위원장에 대한 특혜는 결단코 없다고 강한 어조로 밝힌 기자회견 내용은 이해하기 어렵다. 11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중요 재정사업에 대한 수요조사가 타당성 조사 용역에서 하지 않는 사항이라고 강변한 것은 기가 찰 지경의 어불성설이다.

조치원 서북부지구 도시개발사업은 행정중심복합도시 입주 정부부처와 국책연구기관의 유관 기관 단체를 유치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는 만큼 수요 대상이 분명하다. 수요 대상이 명확하다는 점에서 산업단지 조성 사업의 경우와 비슷하다.

세종시가 지난해부터 논란 속에 추진하고 있는 LED산업단지 조성 사업의 경우 입주 수요 대상이 분명한 까닭에 관련기업들을 대상으로 입주 협약을 체결했던 것이다. 세종시는 서북부지구 도시개발사업비 1100억원의 6분의 1 규모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세종비즈센터 건립 추진 과정에서는 입주기업 확약까지 받았다고 한다. 스스로 대규모 재정투입 사업 타당성의 모순을 드러내고 있는 꼴이다.

아파트건설 사업 등 수요 대상이 명확치 않은 경우와는 달리 입주 수요 대상이 분명한 사업에 대해서는 수요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서북부지구 도시개발사업의 경우 타당성 조사 용역 발주 시 과업지시서에 수요조사 사항을 넣었으면 그나마 뒤탈이 덜했을 것이다.

유 시장이 기자회견에서 김고성 위원장 땅이 사업 구역 내에 있는지 몰랐다고 답변한 것도 큰 논란거리다. 상당수 주민들은 유 시장의 이날 발언 내용에 대해 소가 웃을 일이라고 꼬집고 있을 정도다.

유 시장이 “토지 수용으로 김 위원장이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 말한 것도 황당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개발사업에 일부 수용된 토지를 제외하고 13000㎡ 이상의 미편입 토지를 소유하고 있어 70억원 가량의 시세차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독 유 시장만이 이런 내용을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유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서북부지구 도시개발사업 특혜의혹을 비판하는 언론의 보도를 정치공세로 규정하는 우를 범했으니 한심하기 그지 없다. 그의 발언은 치졸한 물타기의 극치다. 유 시장의 발언이야말로 저급한 수준의 선거용이다. 그러니 적반하장 아니고 무엇인가.

이 마당에 시정에 대한 언론의 감시 기능을 논하는 것조차 우스운 일이다. 유 시장에게 묻고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답을 얻고자 한다. 지방선거를 눈앞에 두고 시정에 대한 무비판적 언론 지원군이 그토록 필요한 것인가. 유 시장은, 언론이 잘못된 시정에 대해 면죄부 주기를 더 이상 강요해서는 안 된다.

서북부지구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언론의 비판이 선거용 정치공세가 아니라는 점은 재차 언급할 이유가 없다. 언론의 정당한 취재 보도 행위를 폄하하는 행태는 앞으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유 시장은 시시비비를 가리려는 언론을 탓할 것이 아니라 시정을 잘 못 이끌고 있는 스스로를 자책하는 것이 우선이다.

행정은 공작으로 될 일이 아니다. 유 시장이 선거를 앞두고 막대한 예산을 퍼 붇는 선심성 사업을 쏟아내고 있는 데서 갖가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을 뒤늦게라도 깨달아야 한다.

그가 기자회견에서 조치원 서북부지구 도시개발사업 특혜의혹과 관련, 감사원과 안전행정부 감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니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