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평사의 구절초꽃

세종시 영평사의 하루는 여느 산사처럼 고즈넉하다. 번잡한 일상이 천근만근처럼 무겁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영평사는 안식이 될 수 있는 곳이다.

산사는 사람들에게 안분지족(安分知足)을 가르친다. 세종시 장군면 산학리 장군산 자락에 자리 잡은 영평사는 장엄하지 않으면서도 기품이 느껴지는 가람으로서, 찾는 사람들에게 안분지족의  지혜를 깨닫게 한다.

영평사는 불법(佛法)을 가르치는 도량이자 세종시의 문화 중심이기도 하다. 영평사에는 문화를 사랑하는 사부대중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문화’는 영평사의 상징이기에 충분하다. 지역 내 주요 문화공연과 민속행사가 영평사에서 열린다. 구절초축제, 낙화(落火)행사, 정월대보름행사, 단오제 등이 대표적 행사다.

▲영평사의 구절초꽃

영평사의 구절초 축제는 영평사가 만든 수작(秀作)이다. 구절초 꽃이 가람과 주변 장군산 자락 3만평을 하얗게 수놓을 즈음이면 그윽한 구절초 꽃향내에 끌려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가을 구절초는 1987년 폐사지였던 곳에 영평사를 창건한 환성스님이 사랑하는 꽃이다. 그의 구절초 사랑은 각별하다.

환성스님은 구절초를 꽃보살이라고 부른다. 그는 구절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구절초는 고요한 아름다움을 머금은 꽃이다. 그래서 보는 사람들이 더욱 행복감을 느낀다. 대한민국 토종 가을 꽃을 대표하는 구절초가 영평사의 꽃이자 세종시의 꽃이란 말을 종종 듣게 되는데 보람을 느낀다.”

영평사에서 구절초는 농사다. 3만평 구절초 동산을 가꾸기 위해서는 1년에 일곱 번 이상 풀을 뽑고 3년마다 뿌리를 나누어 다시 심어주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더 이상 아름다운 꽃을 피우지 않고 그늘과 습한 곳에서는  아예 삭아버릴 정도로 성미가 까다로운 것이 구절초다.

그런 까닭에 영평사는 구절초를 가꾸기 위해서 1년 인건비만 1억원 가량 쓴다.

영평사 스님들과 신도들은 3만여 평 비탈 산에 구절초를 키워 손해나는 장사를 하느냐고 걱정스럽게 말한다. 그럴 때 환성스님의 답변은 담담하다.

“동네 할머니들 일자리를 만들어 용돈을 드리고, 전국각지에서 찾아오는 관람객들에게 행복을  드린다. 종교에 관계없이 이 도량을 밟는 모든 분들이 꽃구경하면서 염불 소리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 아닌가.”

환성스님이 구절초축제를 ‘남는 장사’라고 말하는 데는 그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영평사 구절초축제는 올해 10월이면 20회째를 맞는다

낙화(落火)전통문화축제도 영평사의 대표 문화 행사다. 낙화행사는 지난 해 여름 영평사에서 열려 세종시의 문화 품격을 높였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전통문화로, 무형문화재 지정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다.

낙화행사는 영평사 주지 환성스님과 세종시 부강면 광제사 주지 원행스님이 오래 전부터 원형을 보존해 오고 있으며 몇 해 째 전통문화예술과 접목해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어 세종시 대표 문화행사로서 발전 가능성이 기대된다.

낙화는 부정과 재앙을 소멸하고 희망과 기쁨을 불러들이는 전통 불꽃놀이로, 본래 사찰에서 행해지던 것을 환성스님과 원행스님이 재현한 것이다.

영평사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행사도 올해로 4회째 개최됐는데 세종시의 시민참여행사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평사 정월대보름 행사에서는 널뛰기, 떡메치기, 제기차기, 투호, 윷놀이, 연날리기 등 다양한 전통놀이가 펼쳐진다.

영평사의 단오제 역시 세종시의 대표적 세시풍속 행사다. 영평사의 단오제 프로그램도 창포물 머리감기부터 천연염색 손수건 만들기, 단오부채 만들기, 단오 소원지 쓰기, 다식 만들기 등에 이르기까지 다채롭다.

영평사가 운영하고 있는 템플스테이도 빼놓을 수 없는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으로, 각지에서 찾는 사람들이 이어진다.

영평사는 올부터 시민들을 대상으로 사찰음식 강좌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모아진다.